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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피해자들이 힘든 건 단순히 범죄 그 자체뿐만이 아니다. 그들은 자신에게 범죄의 원인이 있는 것은 아닌지 끊임없는 자기검열을 거치면서 자신이 ‘피해자다웠는지’ 회고한다. 다른 범죄와 달리 성범죄 피해자들은 어째서 유독 자신을 질책하고 책망하는 걸까? 어쩌면 그건 범죄 자체가 아니라 믿었던 사람들에게 받은 2차 피해로부터 비롯됐을지도 모른다.
⛰ 산 넘어 산, 2차 피해
2차 피해에 대한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정확한 개념을 짚어보자. 1차 피해가 가해자와 피해자 간에 발생한 직접적인 피해라면, 2차 피해는 가해자가 아닌 제삼자와 피해자 간에 발생한 간접적이고 추가적인 피해다.
즉, 성범죄 피해자에게 ‘피해자의 행실이 불량해서 범죄 피해를 자초한 것’이라며 모욕하거나 배척하여 또 다른 피해를 보는 것이다.
강도나 방화 피해를 본 사람에게는 ‘왜 강도당할 짓을 했느냐’고 묻지 않는다. 유난히 성범죄 피해자에게만 ‘왜 야한 옷을 입었느냐’, ‘그러게 왜 같이 술을 마셨느냐’고 묻는다. 참 이상한 일이다.
• 피해자에게 책임을 지우지 말 것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여지를 줬다’던가 ‘유혹한 거 아니냐’라는 식으로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지 마라. 자신이 생각하는 ‘피해자 상’에 부합하는지 재고 따지는 건 피해자를 틀에 가두는 행동이다.
• 성범죄는 가십거리가 아니다
피해자의 신상을 유포하거나 피해자 개인의 사생활, 옷차림, 태도 등에 대한 추측과 비난은 엄연히 2차 가해에 해당한다. 이런 추측성 발언은 ‘아니면 말고’라는 가벼운 마음이었을 지도 모르지만, 피해자에게는 한 마디 한 마디가 힐난의 화살이 되어 꽂힌다.
• 왕따, 뒷담화, 회유 등으로 피해자를 억압하지 말 것
피해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면 조직 망신이라는 듯한 발언은 피해자의 입지를 좁히고 주눅이 들게 만든다. 또한 ‘네가 참아라’ 등의 회유는 피해자의 입을 막는 행위다. 이런 태도 때문에 피해자는 더욱더 음지로 숨어들고 가해자는 떳떳하게 고개를 들고 다닐 수 있게 된다.
• 가해자를 옹호하지 말 것
‘내가 아는 가해자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다’. 가해자와 가까운 관계에 있는 사람들에게서 종종 들을 수 있는 이야기다. 과연 정말 그럴까? 자신이 알고 있는 가해자의 모습이 정말 전부일까? 가해자가 평소에 성실하고 인사성이 바른 사람이었다는 것만으로 가해 사실이 사라지지 않는다. 이런 식의 가해자 옹호는 피해자에게 무력감만 안겨줄 뿐이다.
눈치챈 사람들도 있겠지만, 이 글에서는 줄곧 ‘2차 가해’란 표현 대신 ‘2차 피해’라는 표현을 썼다. 우리는 일상에서 ‘2차 가해’라는 표현을 주로 쓰지만, 판례와 법률에서는 ‘2차 가해’가 아닌 ‘2차 피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2차 가해’라는 용어가 형법상에 있어서 폭력 혐의를 나타내는 ‘가해 행위’를 가리키는 것처럼 느껴져서 발언자가 의견을 표현하는 것만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오해를 살 수 있고, ‘가해’라는 개념의 법적 처벌 여부에만 초점을 맞추면 2차 피해의 범위가 지나치게 협소해질 수 있다.
또한, ‘2차 가해’가 가해자의 발언이나 행위에 집중하게 되는 것과 달리, ‘2차 피해’라는 말을 사용하면 자연스럽게 피해자의 관점에서 느끼는 고통에 초점이 맞춰지게 된다.
이에 발맞춰 우리도 2차 가해 대신 2차 피해라는 표현을 사용해서 피해자를 지지하는 건 어떨까.
2018년 1월, 벨기에의 수도 브뤼셀에서 한 전시회가 열렸다. 전시장에 전시된 건 독특하고 멋진 디자이너의 옷이 아니라 누구나 입을 법한 평범한 옷이었다. 잠옷, 운동복, 만화 캐릭터가 그려진 아동복, 평범한 청바지에 티셔츠… 놀랍게도 그것들은 전부 강간 피해자들이 사건 당시에 입고 있던 옷이었다. 전시회의 이름은 ‘Is it my fault? (내 잘못인가요?)’. 벨기에의 성폭력 피해자 지원 단체(CAW)가 ‘피해자의 복장이 강간을 일으킨다’라는 잘못된 믿음에 반박하기 위해 기획한 전시였다.
2016년 전국 성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남성의 54.4%, 여성의 44.1%가 ‘성폭력은 노출이 심한 옷차림 때문에 발생한다’고 대답했다. 또한, 남성의 47.7%가 ‘술 취한 상태로 성폭행을 당했다면 여자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응답했다, 42.5%가 ‘여자가 처음 만난 남자의 집에 가는 것은 성관계를 허락한다는 뜻이다’라는 의견에 동의했다.
우리 사회는 너무나 쉽게 성범죄 피해자에게 책임을 묻는다. ‘그때 무슨 옷을 입고 있었어?’, ‘왜 그 사람이랑 단둘이 술을 마셨어?’, ‘집에 따라 들어갔다는 건 너도 동의했다는 거 아냐?’ 이런 질문들은 피해자가 끊임없이 자신에게 질문하게 한다. “내 잘못인가?” 하지만 우리는 이미 답을 알고 있다. 이제는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에게 질문해야 할 차례다.
•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2차 피해를 일으킬 수 있다
• 성범죄에 책임이 있는 사람은 오직 가해자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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